2011년 11월 8일 화요일

기독교인과의 토론 2


어느 기독교인과 나눈 대화를 옮겨와 봅니다.
질문한 기독교인과는 앞서 주고 받던 이야기가 있어서
그 내용들을 포괄해 답변하느라 본문만 보면 조금 동문서답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Q. 기독교인은 오늘날 굉장히 많은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이 부분은 블루칼라님과 제가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이러한 기독교인들의 잘못을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동성애자나 사회적 소수자를 죄인시 하는 것은 기독교의 영향과는 상관없이많은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동성애자나 쌍둥이나 객지에서 온 손님 등등.. 공동체의 전통질서를 흩트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존재들에 대한 터부는 아마 전부라고해도 좋을 만큼 대다수의 문화권에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터부가 부당하다는 것을 성경이 가르치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현대인들이 부당하게 죄인 취급당하는 이들에 대해 올바른 시선을 가지게 된 근거가 성경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A. 성경에는 물론 좋은 가르침들도 있습니다.
제가 그런 사실까지 부인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종교가 인류에게 미치는 유익과 해악을 대차대조표로 작성한다면 한참 마이너스로 치우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각 문화권이 가진 터부에 대해 부당하다고 지적하는 것이 성경이라고 말씀하시지만 그 반대로 그 터부를 더욱 공고히 하도록 만드는 가르침도 성경에는 많이 기록되어 있죠.
여성에 대한 차별, 장애인에 대한 차별, 동성애에 대한 차별 등등 성경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윤리관에 비추어 잘못된 가르침이 너무나 많다는 걸 님도 아실 겁니다.
 
저는 무신론자이기 때문에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신봉하는 성경무오설이나 축자영감설을 지지하지 않습니다.
또한 비(非)근본주의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성경은 신의 계시에 대한 인간 나름대로의 해석의 결과물이며 결코 신의 직접적인 계시가 아니다]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 관점에서 성경은 단지 신화일 뿐이니까요.
 
성경이 그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경험한 신에 대한 주관적인 해석의 결과물이라면 천지창조가 기록된 창세기 1장의 내용부터 고대인들이 멋대로 상상한 것이 됩니다.
천지창조처럼 인류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사건의 경우 신의 직접적인 계시가 없다면 창세기의 내용을 기록할 수 없습니다.
천지창조와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 노아의 홍수 등등 모세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내용을 창세기에서 기록했습니다.
이것이 신의 직접적인 계시가 아니라면 그 내용은 상상의 산물일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아시겠지만 모세는 수시로 [여호와께서 모세에게 일러 가라사대]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이것을 신의 직접적인 계시가 아니라고 해석한다면 기독교의 뿌리가 되는 모세오경은 모세의 거짓말을 기록한 경전이라는 말이 됩니다.
그리고 모세뿐만이 아니라 신과 직접 소통했다고 기록돼있는 성경 속 인물들의 이야기 역시
모두 거짓말이 되죠.
 
기독교는 이 모세오경을 토대로 천지를 창조한 야훼를 믿는 종교입니다.
그런데 천지창조가 신의 계시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모세라는 한 인간이 해석(?)한 신의 계시라면 기독교라는 종교는 근본부터 흔들리지 않겠습니까?
모세는 여호와가 직접 계시를 내려줬다고 셀 수 없이 강조했는데 비근본주의자들은 그것이 신의 직접적인 계시가 아니라고 말하니까요.
 
이런 사실 때문에 근본주의자들은 억지라는 걸 알면서도 성경 내용이 모두 신의 직접적인 계시이며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성경이 신의 영감으로 기록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관이 개입된 이 땅의 것으로 끌어내리는 순간 기독교라는 종교는 뿌리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비근본주의자들의 시야에 대해서는 존 쉘비 스퐁의 [성경을 해방시켜라] 같은 책들을 통해서 저 역시 충분히 알고 있다고 봅니다.
아마도 질문주신 분도 그런 비근본주의적인 시야에서 성경을 바라보시겠지만 님과 같은 방식으로 한 종교의 경전을 해석한다면 힌두교도, 불교도, 단군을 믿는 대종교도 기독교의 성경처럼 믿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곰이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됐다는 신화는 말이 안 되지만 그 안에 담긴 홍익인간의 정신만 받아들이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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